#스토어를#만드는사람들
이번에 소개할 기업은 #도시재생스타트업#세간 이에요~
세간이 들어오고 자온길의 부동산은 4배나 상승했어요.
아름다운 서점 #책방세간 에 함 들러보시겠어요?
edited by 하지영
여러분은 혹시.. ‘도시 재생 스타트업’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오늘 ‘스토어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소개할 주인공은 바로 ‘세간’이란 스타트업이에요. 이 스타트업은 도시 재생을 하는 기업이랍니다.
저는 2주 전 부여에 다녀왔어요. ‘여행 가자!’는 남편 말에 ‘그럼 부여 가자!’로 응수한 건 저였답니다. 남편은 왜 갑자기 부여냐고 하더군요. 음.. 그건 최근 여기저기서 ‘자온길’ 얘기를 듣다보니 한번 가보고 싶어져서요. 히힛.
잡지에도 나오고 TV에도 나오고 하면 사람이 왜 쫌 궁금해지잖아요. 공예가들의 거리가 조성되고 있단 이야기… 스러져가던 마을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단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실제로는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요.
그리하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찾아간 부여!
오오.. 먼가 쪼꼬만 공방들이 요기조기 있는 것이… 약간 초창기 연남동이나 망원동 같은 분위기였어요. 단지 연남이나 망원이 F&B 쪽 리테일들이라면 여기는 가구 공방, 서점.. 요런 분위기…?
근데 엉엉엉… 비가 와서 그런지 가게들이 많이 닫았더라구요.



다행히 ‘책방세간’은 문을 열었더군요. 젤 보고 싶었던 가게였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어요. 오오..그리고는.. 요 작은 가게가 주는 매력에 그만 흠뻑 빠졌지 뭐예요.
이곳에는 ‘책’과 ‘건물’, ‘콘텐츠’ 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어요.
책방세간 : 책, 건물, 콘텐츠
먼저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요.
책방세간은 말 그대로 책방이에요. 하핫. 작은 가게기 때문에 신간들이 빠르게 보충되는 일반 서점이 아니라 책방 주인의 큐레이션에 따라 소량의 책이 소개되고 있었죠.
주로 소개하는 책은 공예, 채식과 웰빙, 부여 이야기, 몇 가지 소설들, 아동도서, 그리고 ‘마을 만들기’에 관한 책들이었어요. ㅋㅋㅋ ‘마을 만들기’란 주제로 책들이 이리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지 말입니다? 부여에 살며, 건강하게 먹고, 공예와 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삶, 책이 전해주고 있는 이야기는 그런 것들이었어요.

한편 ‘건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 다른 드라마랍니다.
책방세간은 오래된 집들을 허물 때 나온 폐자재와 폐가구들을 재활용해 만들어졌어요. 6-70년대 점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나무 미닫이 문, 오래된 자개 화장대의 문갑, 분명 수십 년 전엔 어느 집 툇마루였을 나무 벤치들이 곳곳의 공간을 장식하고 있죠.
책의 서가는 분명 어느 집의 찬장이었을 듯하고, 추천도서를 올려놓은 테이블 또한 시간과 사람의 냄새가 오래 묻어있는 것들이에요.

책방세간이란 공간의 하드웨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람과 시간이 만든 세월의 흔적에 관한 것들이에요. 공간 자체가 타임머신이자 만화경 같은 느낌이랍니다.
책방세간의 또 하나의 매력은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들이에요.
먼저 책방세간에는 작은 방과 카페 같은 휴식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요. 카페에선 인절미 와플이나 무말랭이차 같은 독특한 메뉴를 맛볼 수 있죠. 그리고 차 한 잔을 즐기면서 이 지역 사람들이 쓴 시詩를 읽을 수 있는데요. 그건 이 카페에서 열렸던 ‘아침 10시에 모여 시를 쓴다’는 ’10시詩’란 모임 덕이에요. 이곳에서 작은 문학 모임이 열리고 있는 거지요.

책방세간은 부여 사람들이 쓴 시 외에도, 누군가 그려준 책방세간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어요. 그리고 서가와 테이블 곳곳에는 공예 작가들이 만든 퀼트나 액세서리, 나무 공예 등이 함께 전시되어 판매 중이랍니다.
책 외의 다른 콘텐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 창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들이에요.
이 아름다운 스토어를 만든 주인은 누구일까요..? 저는 분명, 여느 아름다운 점포들이 그러하듯 ‘책을 사랑하는 수집가’로서의 주인장을 생각했답니다. 츠타야 서점을 만든 사람들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요.
하핫. 근데 그건 큰 착각이었지 뭐예요.
(주)세간의 이야기
“세간은 도시재생 스타트업이에요. 지금 자온길에는 9개 정도 공간을 가지고 있어요.”
주인장 박경아 대표님으로부터 막상 듣게 된 세간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엄청 스케일이 큰 이야기였답니다.
(주)세간은 츠타야가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차라리 부동산 디벨로퍼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세간이 부여에서 한 일은.. 움.. 부동산 업계 쪽에서 보면 정리하기에 따라 요렇게 요약될 수도 있답니다.
“규암마을에서 헌 집 16채와 대지 4천 평을 대거 매수해, 이들을 리모델링해 지역 전체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오오.. 돈되어 보이지요..? ㅋㅋㅋ 실제로 세간은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고, 세간이 손을 댄 이후 그녀가 매입한 부동산 값은 4배나 올랐으니.. 이 얼마나 실력있는 디벨로퍼입니까, 여러부운~!
좌, 근데 여기서부터 또 스토리가 달라진답니다…ㅋㅋㅋ
보통의 디벨로퍼라면 지가가 올랐을 때 현금으로 투자를 회수해야 해요. 분양해서 떠나버리든지, 매각하는 방식으로요. 진짜로 그렇게 하면 그건 ‘부동산 디벨로퍼 스타트업’이구요. 세간은.. 그게 아니라 ‘도시 재생 스타트업’이쥬? ㅋㅋㅋ
‘도시 재생 스타트업’은 그들이 만든 가치가 영구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즉 지속가능한 것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본업이에요.
디벨로퍼 방식의 문제점은.. 이들이 떠나고 나면 또 밸류가 주저앉는 일이 꽤 있다는 거요. 부동산값이 분양 당시보다 떨어진다거나, 상권이 입주했을 때만 반짝하고 곧 휑해진다거나 하는 일들이 간혹 생기거든요.
그런 면에서 도시 재생 스타트업들은 참 가치 있는 길을 추구하고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추구하고 있는 목표가 현실이 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랍니다.
세간의 꿈꾸는 규암마을 자온길의 가치는 이런 거예요.
1968년 이전,부여 최고의 번화가였던 규암마을의 히스토리를 잘 품은 공간으로 남아있기,
하지만 젊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들이 모여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부여라는 특성에 맞는… 전통 공예를 하는 이들의 공방으로 가득한 거리 되기, 이런 것들요.


박경아 대표는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했어요. 그리고 서울 곳곳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리테일을 운영해온 인물이죠.
그녀가 사업을 키워나가는 동안 스스로 여러 번, 여러 지역으로 이사를 다니면서 목격한 것은요.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이 적은 돈으로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방식,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로 지역을 붐업시키는 방식, 그리고 그렇게 활성화된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정작 자신들이 내몰리게 되는 아픈 현실이었어요.
그리하여 세운 것이 (주)세간이란 스타트업이에요.
이 모든 스토리는 박경아란 인물 안에서 하나의 완성된 철학으로 녹아있어요.
사실 박경아 대표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어떤 업종 하나로 규정되긴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녀가 정말로 매달리고 싶은 건 부동산이나 도시 재생 같은 이야기보다 전통 공예일지 몰라요.
대한민국에서 전통 공예가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비싼 곳은 엄두가 나지 않고, 저렴한 곳에 자리를 잡아 그 지역이 빛나게 되자, 또 다시 내몰리게 된다면 어찌 해야 하죠?
이게 참 무엇이 먼저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을 소유해야 오랜 터전을 잡을 수 있고… 그 소유할 수 있는 부동산이란 도심의 화려한 중심지일 수 없죠.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던 곳은 전통 문화의 도시였던 부여, 그것도 부여의 도심지가 아닌 스러져가는 마을이었는 지도요.
그녀는 이 자온길을 전통 공예가 널리 소개되는 길, 전통 공예를 하는 이들이 온전한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을로 만들고자 해요. 과연 그녀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부여, 규암마을, 자온길.. 지역 경제가 답할 차례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실 누가 도시 재생 사업을 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는 스타일이랍니다..하핫.
왜냐면 도시 재생 스타트업은 생태적으로 너무 넘기 어려운 모순을 품고 있거든요. 스타트업이니까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ㅠㅠㅠ 투자자들은 대개 장기적 회수를 싫어한다는 거.. 그리고 또 도시 재생이란 게 지역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지역민은 막상 스타트업들이 땅값 올려주면 덕볼 생각만 하기 쉽다는 거… ㅠㅠㅠㅠ
그런 면에서 세간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어쨌거나 그녀의 투자는 4배 넘는 밸류업을 만들었고, 이제 자온길에는 세간이 만든 리테일 말고도 다른 리테일들, 다른 공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또 한번의 성장을 보여주려면, 이제는 지역 경제가 인볼브되어야 할 시점으로 보여요.
지역 경제라 함은, 지자체도 아니고, 마을 주민도 아니고, 말 그대로 ‘지역 경제’, 다시 말해 부여 지역의 유지들요.
지금 세간이 운영하는 방식은요. 헌집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공간 플랫폼’ 형식으로 크리에이터들을 불러모으는 방식이에요. 누구든 부여에 와서 영구적으로 혹은 단기적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 꿈을 펼쳐볼 수 있달까요?
앞서 소개한 ‘금강사진관’ 또한 세간의 공간인데요. 이곳에선 젊은 사진작가가 1년간 머물며 작품활동을 하고 이제 돌아가요. 그는 부여에서 인근 롯데리조트와의 콜라보까지 진행할 정도로 1년간 정말 ‘간지나는’ 포토로 생활하는 경험을 만끽했어요.
또 한옥까페 ‘수월옥’도 곧 새로운 바리스타가 들어와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오픈한 레스토랑 ‘더테이블’ 또한 정통으로 이탈리안을 마스터한 셰프가 입주해 운영하고 있어요. 즉, 세간이 마련한 공간에 크리에이터들이 영구적으로, 혹은 한시적으로 머물며 꿈을 키우는 방식이죠.


멋진 방식이에요. 세간은 외지인들의 젊은 에너지를 자온길에 불어넣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르게 보자면 세간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지요..?
현재 새싹처럼 많은 가능성을 뿜어내며 성장하는 자온길에 빠져있는 유일한 건 바로 지역 리테일의 숨결이랍니다. 전통 공예만으론 거리의 생태는 조성되지 않아요. F&B도 있어야 하고, 젊은이들을 끌어당기는 엔터테인먼트도 있어야 하죠.
부여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물의 요리, 부여에서 가장 명망있는 이들의 콘텐츠 같은 건 세간의 힘으로 유치하기엔 힘에 부치는 것들이에요. 물론 투자자를 더 유치해 자본력을 키운다면 가능하겠지만, 외부에서 온 투자자들은 지역을 살리는 것보다는 빠른 회수에 초점을 두겠죠. 이 모순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지역 경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일이에요.
도시 재생이란, 해당 지역의 뿌리에 가닿을 수 있어야 결국 가능해요. 부여는 오랜 부농의 도시이고, 분명 유지들이 있고, 그들의 2세들은 서울에서 해외에서 유학한 인물들일 거예요. 자신들의 고향인 부여가 아름다운 곳이 되기를 외지에서 들어온 세간보다 더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까요?
아래 아름다운 한옥은 세간이 구입한 지 2년 지났지만, 아직 옷에 맞는 콘텐츠를 찾지 못했어요. 일제시대부터 양조장을 하던 어느 지역 부자의 저택이었고, 한쪽엔 그 양조장이 그대로 남아있답니다. 중간에 누가 창고로 쓰면서 양조 관련 시설들을 철거했지만 오래된 건물 곳곳에는 그 시절의 숨결이 남아있어요.


이곳에 과연 어떤 콘텐츠가 들어서게 될까요..? 이 지킬 것이 많은 낡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콘텐츠를 찾아 보강하는 일, 그리하여 수익을 내는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해요. 지금 세간은 한정된 자금과 인력이 ‘시간’을 쏟아 그 리소스를 충당하고 있어요.
부여에는 과연 어떤 분들이 살고 있을까요?
“처음엔 투기꾼이 아닐까란 오해도 많이 받았는데, 저희가 실제 입주해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 걸 보고 지금은 많이 예뻐해주세요. 다른 지역에서 찾아와서 우리 동네에서도 해보지 않겠냐고도 하시구요”
박경아 대표는 이제사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해요. 3년 만에 이 정도의 인심을 얻은 것도 사실 대단한 일이에요.
그런데 지금 세간에는 그런 호감보다 더 많은 게 필요해 보인답니다.
세간이 올리고 있는 부동산 값에 대한 관심이나 우리 동네에서도 비슷한 붐업을 일으켜 주길 바라는 관전자의 자세보다 자신들이 자신들의 지역을 어떤 곳으로 만들고 싶은가 하는 부분요. 세간에 필요한 건 박경아 대표가 고민하고 있는 공간들을 채우러 올 지역의 콘텐츠, 네트워크, 자본 같은 것들이이에요.
이제 유튜브의 세간TV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해졌고, 박경아 대표의 얼굴은 실제 TV에서도 종종 볼 수 있으며 자온길에는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결국 부여란 지역이 과연 스스로의 재생에 관심이 있는가의 문제, 부여인들이 자기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돼요. 도시 재생이란 원래 그런 거랍니다. 부디 부여의 지역 주민들이 이런 스타트업이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아직 한번도 안 가보신 분들이라면, 자온길을 방문해 보세요. 초창기 연남동 망원동 성수동 을지로의 모습을 아마 부여 규암마을에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부디 박경아 대표가 자신이 사랑하는 부여에서 주민들과 함께 멋진 성공의 결실을 거두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