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념 으로 1년전 글을 무료로 공개합니다~
패션브랜드들의 #남는재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아다스토리아 에서는 1년 전부터 이런 시도를 하고 있었네요.
edited by sasshi(박주민)
*2020년 8월에 쓰여진 글입니다.
올 봄 패션기업들에게 가장 끔찍한 숙제는 바로 ‘재고문제’였어요.
갑작스럽게 시장을 강타한 코로나는 시장을 그대로 얼려버림으로서 미리 준비한 물량을 소진할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죠. 보통 패션 기업들은 현금보유량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 재고를 소진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재고를 현금화시켜야 하고, 이는 쉽게 할인을 부르게 되죠. 당장으로선 캐시플로우가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만, 할인은 독毒과 같아서, 브랜드 밸류를 깎아먹고 다음시즌의 판매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돼요.
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번 코로나 기간은 패션기업들에게 몇가지 선명한 지침을 남겼어요. 첫째, 현금흐름대비 최소한의 현금을 늘 보유할 것, 둘째, 공급망을 개선하여 언제든 재고량을 조절할 수 있는 소량생산+빠른 보충 체제를 완성할 것 같은 지침이 그것이죠.
여기에 일본의 패션기업 아다스토리아는 조금 다른 관점의 재고정책으로 영감을 줍니다. 이들의 매출은 올봄 다른 패션기업과 마찬가지로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고소진율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마감될 예정이에요.
아다스토리아는 ‘니코안도(NIKO AND …)’와 ‘글로벌워크(GLOBAL WORK)’등을 운영하는 패션기업이에요. 얼마 전 한국의 에이랜드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소식을 전한 바 있어요.
이 기업은 2019년 ‘패션로스(의류폐기) 제로’를 선언합니다.
1953년 설립되어 100년 기업을 목표로 하는 아다스토리아는 ‘환경에 부하를 주는 패션산업’이라면 미래엔 존속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요. 이들은 ‘없어서는 안될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코로나와는 상관없이 이미 오래전부터 의류 재고소진에 대한 다각적 전략을 준비해왔죠.
이들은 2017년 어떤 경우에도 재고의 소각은 없다는 목표로 아다스토리아 혁신연구소를 설립했어요. 이 아다스토리아 혁신연구소가 하는 일은 H&M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H&M은 Rewear, Reuse, Recycle이란 원칙에 따라 재고를 다시 활용하는 인프라를 갖춰나가는 중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아다스토리아의 방식도 1차적으로는 브랜드가 소진하고, 소진하지 못한 재고는 2차 비즈니스를 구축해 소진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정상유통에서 1차적으로 소진하고 남은 재고를 ‘아울렛 유통’에서 2차소진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오프프라이스가 글로벌하게 확대되면서, 단일브랜드의 아울렛유통은 할인율 면에서나 인지도 면에서 매력을 잃고 있어요.
아직 한국은 오프프라이스가 없는 상황이라 이런 현실이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단일 브랜드 아울렛 매출이 전성기 같지 않다는 건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그 가격대의 정상 제품들이 인터넷에서 쏟아지고 있어서예요.
아다스토리아가 구축한 2차 비즈니스로는 KIDSROBE라는 사업과 FROMSTOCK이란 사업이 있어요.
KIDSROBE는 아기옷 대여 사업이에요. 한창 크는 아이들의 옷을 구매하기 보다는 공유하길 워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아다스토리아의 아동복 재고들은 이 대여사업을 위해 운용되고 있죠. 지난해 5월 런칭했어요.

FROMSTOCK은 업사이클링 브랜드예요. 이 브랜드가 택하는 방식은 ‘검정 염색’이란 단순한 방식이죠. 아다스토리아가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옷의 멋을 되살릴 수 있는데다, 옷에 약간의 손상이 있다고 해도 검정 염색이 독특한 감촉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군요.

옷의 소재와 특성에 맞추어 염색의 종류를 구분하고, 하나하나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해요. 이 서비스는 지난해 2월 런칭했는데, 일본 내 젊은 소비자들에게 꽤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요.
이런 2차적 비즈니스와 함께 이들 또한 공급망 관리에 주력하고 있답니다.
지난 7월 아다스토리아의 일본 내 매장 매출은 전월비 19.9% 감소했어요. 이는 코로나의 여파고 있지만, 아다스토리아 자체가 이미 여름 재고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기도 하죠.
아다스토리아의 CSR 담당이사 후쿠다야스미福田泰己는 WWD Japan과의 인터뷰에서 발주 취소에 관해서는 공급처와 함께 미래를 그려나간다는 공감대의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금은 기업의 태도가 누설되는 시대입니다. 주문한 상품을 취소로 되밀쳐 내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향후 그러한 기업에 고객과 거래처 직원들이 얼마나 남게 될까요? (중략) 서스테이너블은 진지함, 공평·공정한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어딘가 어려울 때는 합심해 돕는다는 자세가 고객과 거래처 모두에게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 재고를 줄이지 않으면, 기업의 경영이 흔들리는 문제를 넘어 지나친 할인으로 시장이 혼돈되고, 나아가 남은 재고가 폐기됨으로써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 공급처에게도 인식되어 있다는 의미예요.
기업이 그렇게 얘기한다고 공급처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리는 만무합니다. 이 공감대는 그동안 아다스토리아가 보여준 태도와 신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런 공감대가 있다면 기업은 공급처와 재고 축소, 그리고 긴밀한 경영체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어요.
아다스토리아는 현재 H&M과 같은 대대적인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 또 몇몇 혁신적인 패션비즈니스들처럼 ‘코로나 기간에 도리어 상승’이란 혹하는 실적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죠.
그러나 레거시 기업으로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코로나 시즌을 썩 잘 운영해왔음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단기적인 악재들을 쳐내기에 바쁜 시기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아프게 깨달아야 할 시점이기도 해요.
아다스토리아의 사례가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내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