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
#쇼필즈 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만들어진 리테일 포맷이에요.
위치는 괜찮지만 답 없는 부동산..!
#펀치드렁크 가 죽은 창고도 살렸는데, 쇼필즈도 못 할 게 뭐람요.
얘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애들 있음 나와보라 그래!
edited by 하지영
Showfields 그녀(?)는 어디서 왔는가
Showfields를 구글링 해보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요 아래에서 시원하게 웃고 있는 케이트 헌츠 (Katie Hunt)라는 아줌마입니다.
(이미 저자는 이 아줌마와 말을 튼 관계로 이하 케이트 아줌마로 호칭합니다.)

“미스터 Yang, 하이~ 난 Showfields의 CRO(Chief Research Officer) 케잍이야. 그리고 널 만나면, 내가 아가씨 시절 와~비의 창업 스태프1그녀는 세 번째로 와비에 입사한 창업 멤버였습니다.란 건 꼭 말해줄라고 했어.”
(케이트 아줌마는 와비파커를 와~비로 부르더군요.)
“오, 그랬어? 근데 너네 경영진 절반이 와~비파커 출신이쟈나.”
“어머, 너 발음 좀 되는구나? 사실 투자자 모을 때 와~비가 잘 먹혔거든. 사실 Showfields는 와~비를 Sleep no more란 공연에 살짝 데쳐서 우려낸 게 맞아…..ㅋㅋㅋ”
“오! 케이트 중요한 Imformation 고마워… 그리고 너의 친절에 보답하는 매너로 뽀샵 사진 하나 더 서비스할게. 반가웠어!”

Showfields가 보여주는 쇼는?
케이트 아줌마는 인터뷰에서 브라운대에서 연극예술을 전공한 사실과 Sleep no more가 Showfields의 출발점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에서 “field”는 브랜드를 전시하는 공간, “Show”는 공연한다는 의미에서 Showfields의 어원과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Showfields란 고객이 관객이고, 판매 스탭을 배우2실제 배우들을 스탭으로 섭외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로 하고, 관객이 제품에 몰입하게 해주는 몰입형 공연을 하는 극단이란 겁니다.
방문객(소비자)은 이전의 쇼핑 환경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공연에 몰입하게 해 신선하고 좋은 느낌으로 제품을 인지하게 한다는 거지요.
이거 전편의 Sleep no more를 안 읽어보신 분은 개솔희(“sound of take flow cloud”)로 들리실 테니 이 글의 전편인 “Sleep no more”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자, 그럼 Showfields의 오프닝 당시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Showfields의 개념을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면 Showfields의 공연을 포함한 프로그램은 주기적으로 변하고 있어 현재 프로그램은 오프닝 당시의 내용과 차이가 있거든요.
Showfields의 오프라인 위치는 뉴욕의 오래된 핫 스팟 SOHO와 요즘 떠오르고 있는 NEW SPOT 이스트 빌리지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떠오른단’ 말은 나쁘게 말하면 아직 임대료가 저렴하단 뜻이고, 좋게 말하면 쇼핑 중심의 SOHO와 맛집과 소공연장 중심의 East Villege3소공연장이 밀집된 이스트 빌리지는 아직 임대료가 저렴해 최근 핫한 맛집들이 많이 들어와 최근 새로 떠오른 핫 스팟입니다.의 덕을 저렴한 비용으로 볼 수 있는 곳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동네 이미지가 뭔가 실속있고 선한 이미지죠


그럼 Showfields의 프로그램들을 먼저 살펴볼까요?
메인 프로그램인 Experience SHOWFIELDS는 매일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며,먼저 관람객 방문을 온라인으로 예약 받습니다. — 무료임다.
매일 예약한 관람객을 오전 11시까지 줄을 세워 입장권을 확인 후 12시부터 30분 단위로 10명 내외로 끊어 입실합니다.42019. 7~9월 사이 5만 명이 방문한 사실은 확인됩니다. https://www.businessinsider.com/house-of-showfields-theater-experience-2019-8
홈페이지를 방문해 예약……

1층 로비에서 방문객의 핸드폰을 확인하는 쥔장의 여유 있는 모습입니다. (이게 일단 무료라서 저런 자세의 건방진 서비스가 가능한 듯)

1층에서 그럴 리가 없지만 금을 처발랐다고 주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이동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3층의 제품 전시 홀을 지나 ‘슬라이딩 기구’로 이동합니다

오른쪽 하단에 달팽이가 보이죠?
그게 바로 2층으로 가는 미끄럼틀입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여러 개의 챔버로 구성된 홀을 지나 오른쪽의 미끄럼틀로 가는데 3층은 주로 패션과 디자인 관련 숍으로 큐레이션 돼 있습니다.

위 사진의 홀을 구성하고 있는 챔버들입니다.


그리고 전략적 줄 세우기를 당하는데, 그러다 보니 전시된 스트로베리 진을 맛보기도 합니다.

술 먹고 알딸딸한 김에 이런 거….. 사진 찍고 인스타 하란 거~죠.

그리고 이번 달의 책 행사장으로 안내돼 대기하는데….
“아 놔 이거 넘 오래 기다리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책꽂이가 열리고 비밀 통로가 짜~잔 하고 열립니다.

문을 들어서면 세탁기 같은 미끄럼틀이 나타나고 여기에 몸을 던집니다.

그럼 이런 데로 세탁물이 내려옵니다.

아래 2층 평면도 우측 하단의 달팽이가 미끄럼틀 출구죠.

그러면 좀 웃기게 생긴 배우가 나타나 저 방을 차례대로 안내하는데, 2층이 주로 가정용품으로 큐레이션 돼 있어 3층과 다르게 Fun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런 방 저런 방을 거쳐

배우들과 이런 장난도 인터액티브도 하면서..

상품이 중간중간 등장하는데 아래는 팝업 호텔 Ethos입니다

Ethos에 배우가 등장해 상품을 소품 삼아 바람을 잡… 연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초콜릿도 먹어보고

세균 번식이 억제되는 Skura 수세미도 써보고… 은으로 실을 뽑아 만든 건데… 물론 여차하면 드라큘라를 상대할 때도 쓸 수 있답니다.
이 수세미는 저 큼지막한 로고의 색이 변하는 걸로 수명이 다 된 걸 알려 준답니다. 우습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나름 쇼필즈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입니다..

예술품과 각질 제거 상품 NURIA의 콜라보죠. 이거 여기서 제일 잘 팔리는 베스트로 숭악하게 각질이 벗겨지는 것이 감동의 도가니라는….

최종 목적지 The lab(연구소(?))이라고 써 놓고 실제로는 아까 체험한 물건을 구입하는 장소입니다.

복습이 필요한 게 ………퍼포먼스 어디에서 이게 나왔었나? 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Showfields의 임차인(회원)은 수수료를 적게 내고 제품을 The Lab에만 전시해도 됩니다.
그러니까 3층~2층의 공연장에서 이 제품을 못 본 건 이상할 게 없습니다.
향초 랍니다.

처음에 금박 엘리베이터 기억나시죠? 그 디자이너랍니다. 역시 금박 폰케이스 팔아먹기 위해 등장..


1층은 주로 건강/가구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 챔버들은 비싼 만큼 좀 넓이가 돼 돈 많은 스타트업이나 과도한 체험이 필요한 가구 리테일러들이 선호합니다.
과도한 체험 중…. 행인들이 보든 말든…..

마지막 마무리는 여기 커피숍에서 한숨 돌리는 걸로…. 커피 체험은 말이 체험이지 ‘판매’이므로 돈 내야 합니다.

이렇게 30분의 투어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면 사실 보통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을 판다”고 하면서 어트랙션으로 고객을 집객해 쇼루밍(showrooming) 하는 것과 그다지 다를 게 없어 보여 좀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투어 프로그램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Showfields는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백업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일주일 단위로 상품성을 배제한 단기 이벤트들이 그것입니다.
좀 흔한 예술공연 이벤트 임다.

아래는 전시 전문가가 추천하는 8인의 예술작품 전시 행사인데, Showfields는 참석자 1인당 국경 없는 의사회에 1사람당 1달러를 기부한답니다.
예술작품 감상도 하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찬스….

그리고 밤에도 놀아야죠.
VC와 지역 예술가들에게 무료입장에 매일밤 단돈 2달러에 와인을 제공하는 분위기 죽이는 루프 테라스가 딸린 4층 BAR LOFT를 코워킹 스페이스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게 루프 테라스 사실 야간 조명이 더 죽입니다
이건 조용한 버전 루프 테라스

이건 요란한 버전 루프 테라스

이건 알코올 버젼 루프 테라스


지역 예술가들과 VC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자는 취지인데 이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주간 행사를 기획하고 상호 모티브를 교환하는 거죠.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말입니다.
이상 Showfields의 콘텐츠를 정리해 보면 주 7회의 투어 공연을 메인으로,+주 1회 예술/요리/건강 행사 그리고 매일 저녁 지역 예술가와 VC들의 코워킹 모임이 전체적인 콘텐츠의 짜임새입니다.
행사와 코워킹은 상업성을 배제해 자칫 싸구려로 흐르는 투어공연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실제 투어 공연을 참여해 보면 설치 미술품이 주는 재미 때문에, 원래 노골적인 상업 문화가 만연한 미국인들에겐 그다지 강매 광고나 싸구려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그리고 주 1회의 예술행사는 의외로 수준이 높아, 분명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지역 예술가의 커뮤니티와 함께 이 상업성이 지속 가능하도록 밸런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쯤에서 눈치 빠른 양반들은 Showfields가 Sleep no more의 구성을 빼박 했다는 걸 알아채셨을 겁니다.
뭔 소린지 감도 안 오고, 저자가 이미 설명했던 Sleep no more를 읽기도 귀찮은 분들을 위해 걍 비교해 드리자면, Showfields나 Sleep no more나 모두 수십 개의 Room을 몽땅 무대 삼아 관객과 배우와의 경계를 없애 체험에 몰입하게 하는 방식을 취하는 건 우연이 아니란 거죠.
괜히 Showfields CRO 케이트 아줌마의 전공이 연극예술이란 거나, Sleep no more를 베꼈다 자랑질 한 건 다 계획이 있었던 거지요.
Showfields 임대료?
그러면 이번엔 비싼 회비5Showfields에 상품 전시를 의뢰하는 임차인(?)들은 회원제 회원이고 회비를 납부합니다. 회비는 최저 월 4000달러를 기준으로 협상을 통해 정해지는데 Showfields는 대략 40여 개 브랜드를 핸들링 하고 있습니다.를 내고 Showfields를 이용하는 회원…프로덕트의 입장은 어떨까요?
가령 은을 처발라 격이 다른 스펀지 Skura는 개당 3달러로, 이 가격으로 할인점 주방용품 코너에서 1달러짜리 스펀지들과 나란히 앉아서 경쟁하기엔 “절망적인 가격”이고, 그렇다고 온라인에 나온 대로 이넘은 내균/악취에 쥑이는 성능이고, 드라큘라에 효과적인 건 체험도 안 해보고 주문하기엔 부담 만빵인 가격입니다.
바로 이런 가격이 “절망적”이고 온라인에서 사기에 “부담스런” 실험적 제품들에게 Showfields가 필요한 겁니다.
Showfields는 상품이 은제품이라는 직접적 기능을 보여주고 Skura를 사용해 보고 싶다는 욕구를 만들어 냅니다.
그 과정에서 매장에 설치된 센서가 축적한 판매 과정 데이터는 향후 이 제품의 판매전략에 중요한 자료로 제공됩니다.6현재 Skura는 Showfields에서 철수했지만 코로나19와 관련된 위생시장의 확장으로 실험적 제품이란 딱지를 떼고 아직도 영업 중입니다. https://skurastyle.com/
결국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실험적 제품”의 상업성을 Showfields를 통해 검증하는 한편, 온라인 매출을 증대시킬 데이터와 체험 마케팅의 부족을 해결하는 겁니다.
이와 비교할 팝업 전문 기업으로 B8ta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B8ta는 전자제품의 체험에 한정된다는 문제가 있는 게 이거야말로 쇼루밍 체험에 특화돼 있거든요.
아래는 B8ta의 매장 모습인데 테이블에 다닥다닥 놓인 제품을 사용해 보는 팝업 매장입니다.

저런 식의 팝업에 침대나 건강식품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가구나 액세서리는 어떨까요? 드라큘라에 효과가 있다는 은 수세미는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래 같은 과도한 체험질이나 영양 크림 처발 처발이 저 위에 B8ta 사진 같이 붐비는 와중에 해낼 수 있는 미션일까요?
아래는 (무거운)중력을 과도하게 체험질 하는 언니의 사진입니다.
보통은 깃털 담요가 좋지 않나요?…체험해 보지 않으면 저 꿀잠을 이해할 수 없을 듯..

결국 B8ta는 IT 디바이스 중심, 즉, 체험에 눈치가 대량으로 소비되는 제품을 설치할 수 없는 팝업임에 자명합니다
아! 물론 전자제품의 경우 B8ta와 Showfields에 동시에 출점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아마 분위기가 다른 두 팝업에서 나오는 고객 데이터의 차이는 이 회사들에게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겁니다.
Showfields 그리고 B8ta에 양다리 걸친 제품들


Showfields는.. Wework도 한다.
Showfields가 가진 전체적인 기능은 일반 소비자의 쇼루밍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사업 파트너들을 상대로 한 영업거점의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스웨덴에서 한참 잘나가는 전위적인 컨셉의 여성 속옷을 팔고 있는데, 만약 미국에서 당신의 제품에 관심 있는 리테일러가 샘플을 보내 달랍니다.
그런데 그 샘플이 수백 달러짜리고 그 바이어가 듣보잡이면 맘이 심란해집니다. 게다가 이런 놈이 열댓 명이라면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요?
바로 이럴 때 뉴욕에 적절한 품위와 컨셉에 맞는 당신의 쇼룸이 있고, 교양있고 이해력 있는 직원과 함께 상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 파트너한테 Showfields로 가 볼 걸 제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가의 샘플이 분실되거나, Fedex만 좋은 일 시킬 필요가 없지요.
아래 사진은 80년대 풍을 모티브로 하는 전위 예술가 Teepubic의 챔버를 방문한 바이어입니다. 저들이 하고 있는 저 게임도 Teepubic이 창작한 게임입니다.
헤벌쭉한 모습을 보니 비즈니스는 일단 절반 성공할 듯……..

클래식 디자인을 해학적으로 해석하는 컨셉인 EASY, TIGER의 쇼룸 챔버인데, 이 둘은 페이스북에서 이 쇼룸을 보고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에 관심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Showfields의 쇼룸을 방문해 본 후 연락 바란다고 하네요.

누리아(화장품)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Showfields의 직원입니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제품이 맘에 든 파트너가 있다면 본격적인 사업 얘기는 4층 BAR Loft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아 뿜뿜한 어떤 제품의 신규 런칭 모임 ….. 전에 보여드린 4층 BAR LOFT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임입니다

비즈니스가 성사 되든 말든 되면 파티도 해야죠.

아방가르드 Showfields… 그 Fun한 가능성,
그리고 스릴러 한 미래……
Showfields는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에 진출하기 앞서, 데이터의 수집과 시장의 반응을 알아보는 팝업의 역할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리고 다른 팝업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플러스 알파로, 제품에 여유 있게 몰입하는 좋은 체험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특히 이 플러스 알파는 전자제품 같이 드라이하고 하이테크 한 체험의 영역이 다룰 수 없는 감성적이고 감정이입이 필요한 실험적 제품에게는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 팝업입니다.
그러나 Showfields는 지나치게 전위적이란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공연계에서 가장 전위적인 시도인 Sleep no more가 10년 장기 공연에 성공해 “몰입형 체험”의 경제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해도, 계속 교체되는 리테일에 녹여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단은 Showfields는 2018년 9백만 불을 펀딩해 2019년 뉴욕에 1호점을 낸 후 1년간 방문자 수 33만 명(일 904명)의 실적을 냈는데, 일평균 904명인데 1,300평에 불과한 면적을 생각하면 선전한 셈입니다. https://chainstoreage.com/retail-start-Showfields-open-second-location
그 결과 코로나19의 와중인 2020년 5월에 마이애미에 두 번째 지점을 낼 수 있었죠.

이 성공은 Showfields가 체험 마케팅, 쇼루밍 그리고 오프라인의 효과 검증에 한정된 소비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존의 팝업과 달리, 훨씬 심도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동시에 신선하고 영리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었다는 데 있고, 지리적 거리를 극복하는 영업거점의 역할을 겸할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었구요.
그러나 이 성공이 롱런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Showfields는 회원(임차인)의 회비와 이들이 제공하는 신선한 컨셉의 제품이 계속 교체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미완의 스릴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스릴에도 불구하고 제2의 와비를 꿈꾸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Showfields에 보이는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게 분명해 보입니다.
Showfields 오프라인 매장의 건축적 분석…
저자는 20년 전 별 볼 일 없는 건축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클라이언트와 미팅할 때 겪은 곤혹스런 경험이 종종 생각납니다.
보통 건물을 짓는 클라이언트란 당연히 부자이게 마련인데, 이건 클라이언트가 해외여행을 흔하게 다니면서 고급스러운 체험을 많이 한 분들이란 거죠.
그러나 그 당시 정작 그들이 고용한 전문가인 건축사들이란 게 부자일 리가 없어, 그저 공간과 재료의 매칭을 책으로만 배우다 보니, 클라이언트가 설명하는 그 고급스러운 NEEDS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게 불가능했거든요.
마치 먹어보지도 못한 낙타 고기의 설명을 듣고 토끼 고기로 그 요리를 만드는 기분이었는데, 그 당시 해외라곤 기껏 제주도나 가 본 가난한 건축가들의 처지가 다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이렇게 뽀록난 실력 땜에 건축 설계를 관둔 지금에서야, 돈을 벌어 고급스러운 체험을 이해하게 됐다는 건데, 알고 보면 저자가 여러분에게 Showfields의 하드웨어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Showfields가 선택한 107년 된 건물을 보시죠. 고상한 분위기 뿜뿜 입니다.

그런데 이 건물은 선명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대로변에 길게 면한 넓은 파사드(건물 정면)을 가진 반면, 건물의 폭이 너무 좁다는 겁니다.
뭘 얼굴이 크고 핸섬해 앉아 있으면 그림인데…. 일어서면 키는 작다는……..
바로 아래 1층 평면도를 보시면 장단변의 비가 9:1인 장방형 건물로 워낙 작은 건물이다 보니 단변의 폭이 4.5~ 8미터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건물은 대로변에 넓은 면적은 쇼윈도를 크게 해 명시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내부 공간의 사용이 크게 제한되는 단점이 생깁니다.

건물 자체는 뭐 투자 받은 돈은 9백만 달러에 불과한데, 분위기 좋은 독립 건물이 꼭 필요하다 보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지만 Showfields의 인테리어는 해외여행 많이 다녀본 꽤 솜씨 있는 건축가가 손댄 게 분명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장변이 크면 아래 평면도처럼 길거리에 면한 1~2층을 조각내서 리테일 임대 주고 나머지는 사무실로 하는 게 일반적이죠.

또는 1층에 쇼윈도 박스를 설치하고 나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방식은 정말 얼큰이 건물의 문제를 단박에 이해하게 합니다.
쇼윈도에 통로를 제외하면 남은 공간이 애매해지거든요.

Showfields의 인테리어를 설계한 LUKSTUDIO는 공간을 비틀어 이런 문제를 해결해 버립니다.
소위 인테리어에서 말하는 “대각선 효과”를 말하는 건데, 이 효과를 잘 사용하면 좁은 공간을 넓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아래 사진은 위 그림의 위치에서 관람객의 시야에 잡히는 모습인데, 창문 넘어 멀리 까지 보이는 우측 시각의 범위와, 대각선으로 비틀린 벽체 너머로 보이는 자연광 조명에 이끌리는 정면 시야는, 관람객이 폭 8미터의 좁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저런 식으로 비틀린 쇼룸은 넓은 쇼윈도 박스의 역할을 겸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에게 내부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합니다.



우측 시야에 잡힌 벽체를 세미하게 오픈한 공간(사진 붉은색 원)은 바닥 면적이 갑자기 넓어지는 극적인 효과를 줍니다.
1층 복도를 지그재그로 걸어 들어가는 관람객에게 공간이 좁고 넓어지기를 쿵짝~ 쿵짝 반복하는 리듬감을 줘 지루함이 없고 공간이 넓다는 착시가 들게 하는 거죠.

걸어 들어가면서 변화하는 공간을 느껴지는 사진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사람에게 다양한 각도로 시야의 변화를 주는 건축 기법을 Panorama View 기법이라고 합니다.

Shoefields란 실험의 의미
보통의 리테일러에게 무릇 오프라인 매장이란…..
유동인구 많은 목 좋은 곳에 비싼 인테리어와 처바르고 새끈한 직원이 늘어서서 화끈한 마진으로 상품을 폼나게 파는 곳이었습니다.
또 새로운 핫스팟이 생기기 무섭게 꾸질한 원주민과 건물들을 밀어내, 그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핫 스팟의 개성을 없애는 데 성공(?)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뻘짓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효율이 떨어지면, “이건 플래그십 샵이라 괜찮아”라고 자위해 오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이런 상황의 정체는 옴니채널 전략의 부재와 Brand Identity를 돈을 써가며 깍아 먹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Showfields는 기업들의 Brand Identity를 보존하면서 옴니채널 전략의 교두보 역활, 둘 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단지 100억원의 투자금으로 부동산과 컨텐츠를 해결한 건 둘 째 치고 말입니다.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소외된 지역에, 비례가 엉망인 얼큰이 건물을 솜씨 있게 개조했는데, 이렇게 형성된 우아하고 절제된 분위기는 선하고 영리한 이미지를 어필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제2의 와비파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니까 돈질하지 않고도 효과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었다는 거지요.
건물주 입장에서 Showfields를 보면, MAY BE…Showfields를 만나기 전에 이런 제한을 가진 건물의 활용은 그동안 뻔했을 겁니다
리테일 임대가 가능한 1층 리테일 3~4개에서 전체 임대료의 50%, 그리고 2층 리테일에서 25%를 벌고, 사무실 용도의 3~4층에서 각각 12.5% 임대료를 받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발생한 임대료가 이 건물의 뻔한 가치를 결정했을 겁니다.
그러나 1~3층을 각각의 컨셉으로 큐레이팅한 쇼핑 센터 형식의 팝업을 구성하고, 이 팝업에 참여한 스타트업의 이미지를 확장할 수 있는 자연스런 커뮤니티와 예술 활동을 만들어 낸 Showfields의 통합적 건물 활용은 건물의 다른 활용법과 부동산 가치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Showfields의 건물 공간의 활용에 더해, 상품 홍보와 판매, 예술인의 커뮤니티 활동 그리고 스타트업의 영업행위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각 활동 간의 시간적, 공간적 배분이 절묘했다는 디렉터의 역활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가끔 오프라인 매장에서 맥락 없는 여러 마케팅이 동시에 하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건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디렉터의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Showfields의 디렉터이자 CRO, 그리고 무엇보다 연극예술을 전공한 걸 자랑스러워 하는 케이트 아줌마가 콘텐츠를 공간과 시간 속에 뜬금 있게 녹여 넣은 솜씨를 본 것 만으로도 비행기값이 아깝지 않습니다.
문화재 지정을 받는 바람에 떵값에 내놔도 안 팔리는 애매한 건물을 가졌거나, 개성 없는 물건과 높은 임대료에 도전해야 하는 운명을 가진 리테일러가 있다면, 떵 값에 변두리 건물을 살려낸 슬립노모어와 Showfields의 통합적 건물 운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사족 또는 한국에의 응용
문득 2년 전 방문한 서울 충정로의 충정각이 생각나 사진을 올립니다.
건축한 지 110년 된 문화재를 설렁탕 팔아 돈 번 할머니가 사들여 정체 불명의 스프(오뚜기 맛)를 내주는 대중적인 이태리 식당으로 사용하는 곳인데, 할머니 왈 ”문화재라 떵값이었거든, 걍 설렁 설렁 사둔 겨” 라고 하시더군요.
어쩐지 이 할머니 뉴욕에 태어났으면 Showfields 정도는 찜져 먹었을 듯……
그래도 할머니! 에로비디오 테이프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한 건 아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