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들이에요. 제가 얼마 전 패션넷코리아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꼭 읽어봐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2019년 한국 패션비즈니스가 ‘반드시 해야할’ 6가지를 담았어요. 하루에 1개씩 소개할까 해요. 6가지를 한 번에 보시려면, 패션넷코리아 전문 링크, 여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2.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의 시도
불행하게도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실패한다. 이들이 실패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너무 큰 변화를 대대적으로 추구해서 실패하기도 하며, 너무 어려운 기술을 도입한 나머지 구성원들이 적응하지 못하여 실패하기도 한다. 때로는 많은 투자금을 들여 디지털화를 추진했지만, 기업의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어느 부분에서도 뚜렷하게 무엇이 나아졌는지 베네핏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그건 바로 ‘판매개선’과 ‘낭비삭감’이다. 이 두 가지 목표에 기여하지 못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의미가 없다.
누군가는 큰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X)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지 묻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DX는 그런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Post-Digital 시대는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시대를 의미한다. 그런 시기에 디지털화되지 못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은 가지기 어렵다.
단지 지금 우리가 촉박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1,2년 미룬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행운의 시간이며, 현명한 기업이라면, 이 기간 내에 어떻게든 DX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결론적으로 그 기업의 기획/생산/물류/판매의 전과정이 ‘Paper’가 아닌 디지털로 관리되도록 한다는 의미, 모든 기업행위가 데이터로 남게 된다는 의미이다. 특히 기업이 진실로 낭비삭감을 할 수 있으려면 기업의 내부 구조,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가 디지털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직원들간의 소통과 교류, 협력업체와의 소통과 교류, 주요사안의 결제 과정이 ‘문서’로 남는 구조이며 문서로 남기기 어려운 것들은 기억에 의존되어 있다. 원단업체에 발주서를 띄우는 작업, 공장에 물건을 주문하는 작업, 모든 직원들이 공유해야 하는 스타일보드 등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쓰고, 팩스보내고 있는 기업이라면, 과연 미래에도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는 게 좋다.
핵심업무보다 페이퍼워크가 많은 기업은 그만큼 낭비가 많은 기업이다. 그들은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더 많은 사무용품을 소비하고 있으며,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소통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그 모든 소통이 실시간으로 디지털 공간안에서 이뤄지는 Paperless한 구조로 바뀌게 된다. 지난해 글로벌하게 성장한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시스템은 바로 이 같은 변화가 패션계에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대변해준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고 DX에 성공하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작은 부분에서 시작해 Trial & Error를 거듭하며 점진적으로 실행하는 것.
그 작은 부분은 CIO의 설계하에 당장 낭비를 삭감해야할 곳에서 출발하면 좋겠지만, 이도 저도 어렵다면, 가장 무난한 첫단추는 기업 구성원간의 소통방식에 ‘Slack’이나 ‘잔디’ 같은 소통툴을 도입해보는 것이다.
패션비즈니스는 특성상 외근이나 출장이 많은 직종이다. 그간에는 구성원이 자리를 비우면, 그 일정만큼 회사 업무는 딜레이 되어왔지만, 이런 업무행태는 Post-Digital 시대로 가는 지금의 시각으로는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 ‘시간’이란 귀한 자원을 버리는 일인데다, ‘공백’에 대한 책임/무책임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비즈니스 습관으로 인해 구성원 내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고의적으로 결제를 딜레이하는 상사, 중요한 순간에 외근나가는 담당자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나, 의사 결정자가 출장시 터지는 문제들을 봉합하지 못하는 문제들은 아직도 간간히 패션기업들을 골치아프게 한다.
이런 모든 구시대적 폐습들은 구성원들이 디지털하게 연결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Slack처럼 모두가 채팅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언어는 순화되고, 책임에 대한 변명은 줄어든다. 그만큼이나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는 힘은 막강하며 외근이나 출장 시에도 맡은 바 없무를 끊김없이 처리할 수 있다.
사내 정치가 골이 깊은 기업들에게도 이런 시스템은 도움이 된다. 이런 디지털 소통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는 수군거릴 뒷방이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는 조직은 실적과 책임위주로 투명하게 굴러간다.
이런 방식의 업무 프로세스가 자리잡으면 지나치게 잦은 젊은 직원들의 턴오버도 어느 정도는 감소시킬 수 있다. 올 3월 사람인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657명을 대상으로 퇴사자 현황과 변화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직원 퇴사율은 평균 17%이며, 1년차 이하의 신입사원의 퇴사율(49%)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회사에 밝힌 퇴사 사유로는 ‘이직’(41.7%, 복수응답)이 1순위었고, ‘업무 불만’(31.2%), ‘연봉불만’(24.3%), ‘상사와의 갈등’(13.1%), ‘복리후생 부족’(12.2%), ‘잦은 야근’(12.1%), ‘기업 문화 부적응’(10.5%)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업무 프로세스 관련 문제가 무려 66%에 달한다.
이 방식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외에도 매우 많다.
패션기업은 젊은 직원들은 디지털에 익숙한데 비해, 비즈니스에 대한 코어 지식을 가진 상급관리직은 도리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Slack이나 잔디 같은 툴은 단순하면서도 구성원들간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구성원 전체의 디지털 체질화를 돕는데 큰 도움을 분다. 아울러 장차 기업이 PLM같은 고가의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충분한 연습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도와준다.
DX의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만큼 2019년에는 미뤄두었던 첫삽을 떼어야 한다. 잘 짜여진 계획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계획이 없다면 간단한 소통 툴의 도입이라도 시도 해봐야 할 시점이다.
[Walmart, Uniqlo, 이베이코리아의 인프라 앱]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앱’을 개발할 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앱만 개발한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혁신의 핵심은 조직내의 기민성과 투명성을 높여, 적은 인원으로도 더 빠르고 풍부한 퍼포먼스를 이루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현재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의 일부로 업무용 앱들을 개발하는 추세다
일례로 월마트의 경우, My Walmart Schedule이란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직원들이 일정을 보고 동료들과 교대를 바꿀 수 있고 관리자의 개입없이 채워지지 않은 교대를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이다. 이 앱을 도입하기 전에 매장의 관리자는 캐셔나 다른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바꿀 때마다 새 스케줄링을 편집하는 데 몇 시간씩 소비해야 했다.

유니클로에서는 작년에 도심에서 떨어진 아리아케지역으로 본사와 물류센터를 통합이전했다. 멀어진 통근환경을 보조하기 위해 지하철 역과 본사사이의 셔틀 버스를 도입하면서, 유니클로는 버스 예약 앱을 만들어 직원에게 배포했다. 이로서 직원들은 자신이 탈 셔틀버스의 시간과 좌석을 모바일로 예약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이베이코리아에서는 창고 직원들을 위한 앱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직접 배송하는 물류가 늘면서, 창고 직원들이 주문된 물건들의 위치를 파악해 수집하는 과정이 시간의 압박을 받게 되자, 이베이코리아는 일종의 ‘창고 내 네비게이터’역할을 하는 앱을 배포해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