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들이에요. 제가 얼마 전 패션넷코리아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꼭 읽어봐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2019년 한국 패션비즈니스가 ‘반드시 해야할’ 6가지를 담았어요. 하루에 1개씩 소개할까 해요. 6가지를 한 번에 보시려면, 패션넷코리아 전문 링크, 여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4. Data-driven 의사결정과 DTC로의 전환
지난 2년 간 Data-driven이란 말은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모든 의사 결정 앞에 Data-driven한 의사결정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의외로 전혀 디지털화되지 않은 기업들 중 다수가 스스로는 Data-driven한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도대체 Data-driven한 의사 결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거 패션기업의 의사결정은 그렇게 빈번하지 않았다. 매 시즌이 시작되기 전 기획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또 판매 중간에 실적 개선을 위한 판촉 결정 등이 전부였고, 이들은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빈번하였지만,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자면 심지어 느슨할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최근 패션비즈니스의 의사결정은 매일,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이커머스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기업이라면 실시간 매출 파악에 따른 빠른 결정들이 수시로 필요하다. 인기있는 제품을 당장 상단으로 빼고, 광고를 걸고, 실시간으로 빠진 재고를 주문을 넣어 충당하고, 고객 리뷰에 큰 문제가 없는지를 끊김없이 해낼 때 비로소 이커머스는 퍼포먼스를 내기 시작한다. 이들에겐 Data-driven이란 의미는 너무도 선명하다. 이것은 과거의 의사결정과는 전혀 다른, 실시간으로 데이터에 개입하여 다이나믹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어떤 기업들은 ‘과거에도 데이터에 기준하여 의사결정이 내려졌다’고 이야기 한다. 이들은 실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런 실시간 결정들이 가져오는 이커머스의 잠재력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탓이다.
디자이너 Tory Burch는 브랜드를 런칭하던 첫해에 플랫슈즈 30만족을 팔았다. 한국의 아웃도어 칸투칸의 온라인 몰을 방문해보면 ‘누적판매 16만장’과 같은 제품은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이 엄청난 판매물량은 이커머스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숨가쁜 판촉전을 벌이지 않았다면 수만장의 오더는 받기 어려우며, 마찬가지로 실시간으로 추가 생산으로 제품을 조달하지 않았다면 수만장의 오더를 받았다 해도 고객에게 미처 배송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빠르게 고객을 끌어당기고, 빠르게 제품을 소진시키고, 빠르게 제품을 생산하는 일. 이커머스는 그야말로 ‘속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수만장을 팔고 있는 동안에, 어떤 기업은 몇백장도 팔지 못한다. 그들은 아직도 게임의 룰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Data-driven’이란 말 뒤에 숨어있는 속도의 중요성이다.
Data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Data를 보고 비로소 현황을 이해한다. 이들은 Data를 보고는 있지만 별다른 Data-driven 결정을 할 수 없다. Data를 보고 판매가 잘 되는 안되는지,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이제사 이해했으며, 이에 대한 솔루션은 그저 장기적 미제로 남는다.
그보다 나은 사람들은 Data를 보고 액션을 취한다. 매일 매일 엑셀로나마 일매출 현황을 받아보는 사업부장들은 적어도 재고가 다 소진되어 가면 2주 정도 뒤에는 옷이 재입고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런 사람들은 Data에 대해 ‘Reactive’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늘날 Data-driven한 결정을 취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Reactive를 넘어 ‘Proactive’하게 행동한다. 그들은 판매가 떨어지기 전에 끌어올리며, 재고가 소진되기 전에 충당하며, 소비자가 흥미를 잃기 전에 신상품을 출고한다. 수요에 대한 선제대응이 이끌어내는 퍼포먼스는 이 길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많은 패션 기업들의 Data 관리는 매우 낙후된 수준이다. 자사 Pos와 바로 연결되지 않는 백화점식 영업망을 가진 브랜드는 실시간 Data 관리가 어렵다. 또 자사 Pos를 사용하는 대리점식 영업망을 가진 브랜드들은 또 대리점주들의 눈치 때문에 공격적인 온라인을 하지 못한다.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미래로 향하는 출구를 막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던 대로 해야 한다’는 답이 아니다. 지금 쇠퇴기에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붙잡느라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그 기존 모델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 기업도 함께 사라져야 한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기존 사업에 칼을 대어 대수술을 시작해야 할까?
보통 이런 순간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작은 신규 브랜드나 서브라인으로 실험을 시작해보는 일이다. 복잡한 SKU를 갖고 있지 않은 아이템을 잡아, 이커머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런칭하여 Data-driven한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먹거리 사업들을 발굴해야 한다.
이 연습은 DTC (Direct to Consumer)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DTC란, 내 물건 내가 팔기, 즉 제조사가 유통사들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온라인 판매가 열리면서 점점 제조사들은 적은 마진의 도매사업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유통사에 물건을 넘기기 보다는, 더 높은 마진을 얻기 위해 소비자에게 직접 팔고자 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동대문의 많은 제조사들이 각자의 브랜드를 런칭해 무신사에 데뷔했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은 ‘자사몰’에 집중한다. 그들은 수수료를 내야하는 여러 입점형 유통들보다 자사몰로의 유입을 늘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미래의 패션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현재 제조사와 유통사 모두 DTC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추세다. 유통사도 유통사 나름대로 ‘내 물건 확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글로벌하게 보자면, 이미 많은 디자이너들이 백화점을 떠나 DTC로 전환하고 있으며, 럭셔리 기업들도 직영매장 및 직영용 독점제품을 늘려가는 추세인지라, 유통사 또한 어떻게는 자기 물건을 확보해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려면, 패션기업들은 스스로 유통사가 되는 연습이 필요하고, 유통사는 스스로 제조사가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
미래에도 제조사와 유통사간의 파트너십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브랜드들이 데뷔하고, 브랜드별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경쟁적 상황에서, 모든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고마진을 취하고 낭비를 삭감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시대적 변화란 오고야 만다. 중요한 것은 경착륙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연착륙을 유도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아직 기존의 사업모델이 쇠퇴하고는 있지만 Cashcow역할을 해줄 때는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 늦기 전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Trial & Error를 거듭하며 혁신, 학습, 개선에 포커스를 거듭해 나간다면 말이다.
[Theory의 사례]
20년된 브랜드 띠오리는 그간 백화점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백화점이 예전과 같은 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게 되자, 어떻게든 DTC(Direct To Consumer)로의 영업전환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고, 바로 이DTC로 가는 첫번째 프로젝트가 Theory 2.0을 2017년 7월 런칭한다.
이들은 별도의 온라인 브랜드를 런칭하기 보다는 ‘띠오리’라는 브랜드 유산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DTC 모델로 이동하길 원했다. Theory 2.0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원 자체는 온라인 전용제품인 ‘Theory 2.0 Capsule collection’을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띠오리는 많은 브랜드들이 DTC를 시도하고자 자사몰을 설립하고 이커머스를 시작한다 해도 결국 유입율과 전환율이 크지 않다는 사실에 proactive하게 대응했다. DTC가 성공하려면, ‘판매 이전에 소통’을 통해 고객과 친밀감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띠오리는 이 프로젝트의 4요소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자선(philanthropy), 여성 리더십과 기업가정신(female leadership and entrepreneurship), 제품(product)로 정립했다.
그리고 각 지역을 중심으로 여성 멘토들과의 토크쇼, ‘Theory For Good’이란 의류 재활용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캡슐 컬렉션 제품들을 출시해나갔다. 띠오리는 이 캡슐컬렉션의매출을 따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띠오리의 CMO JD Ostrow는 성과가 ‘특출했다(Exceptional)’고 평가했으며, 2017의 띠오리 및 J Brand를 포함하는 회사의 글로벌 브랜드 카테고리에서 수익은 무려 47% 증가했다.